다음 주일은 교회력으로 맥추 감사절입니다. 아무리 넓은 들판을 가 보아도 보리 한 포기가 보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70년대 말쯤에는 넓은 들판에는 보리밭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보리 수확기에는 보리를 벨 사람들이 없어서 읍내의 중학생,고등학생들이 품꾼으로 나서야 했습니다. 중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낫을 들고 보리를 베었습니다.교련복 입은 언니 오빠들도 단체로 보리 베기에 일손을 보탰습니다.
마음씨 좋은 논 주인들은 일손을 보태어 주는 학생들에게 국수를 새참으로 대접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낫을 잡아본 친구들이 손을 다쳐서 보건소로 달려가는 일은 다반사였습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 보셨습니까?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고향 들판의 보리들은 출렁거리며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보리들의 출렁거림은 아득한 휘파람 소리 같기도 했고 하모니카의 떨림판 같은 소리였습니다.뽀얀 신작로에는 하루 종일 따가운 햇빛에 시달린 포플러 나무가 지친듯이 서 있었습니다. 고향의 초여름 풍경은 이제 다 사라졌습니다.
맥추 감사절을 맞이하면서 맥추감사절 봉투에나 있는 보리를 보면서 옛 생각에 잠시 젖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