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수막 읽기를 좋아합니다. 제가 사는 도시에 무슨 일이 있고, 누구 집 아들이 사법 고시에 붙었는지 거리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압니다. 횡단보도 앞에 차가 서 있을 때에도 현수막을 열심히 보는 편입니다.
어제 현수막 하나 보고 이 나이에 울었습니다. 어느 교회 청년회 수련회 현수막이었습니다. 날짜가 있고 장소가 써 있는데 제가 아는 곳이었습니다. 아는 곳이 아니라 제가 있었던 교회였습니다. 남편과 함께 인생을 걸어 사역 하던 곳이었습니다. 남편은 소천하였고 저는 그곳을 떠났습니다. 많은 이유로 그 교회는 제가 소속했던 교단이 아닌 다른 교단으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그 현수막 보고 울었습니다. 참 더럽다. 생명 바쳐서 목회했지만 그 교회 하나 못 지켜서 다른 교단으로 넘어가버린 것을 보는 슬픔이여.
교인들 끼리 싸우고 목회자 무능하면 번지없는 주막 신세됩니다. 일본에게 나라 빼앗기고 울었던 선구자의 슬픔이 제 가슴에 전이 되었던 하루였습니다.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
나라 잃었던 선구자들이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